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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닉스 이후 영어 그림책 읽기 : 얼리 리더스편

jinyjina 2023. 10. 18.

파닉스 이후 영어 학습단계

아이가 파닉스를 얼추 뗐다면, 본격적으로 영어 그림책을 읽을 때입니다. 이시기에 읽기 적합한 책을 '얼리 리더스(early readers)'라 부릅니다. 어린이의 인지와 언어 발달 단계에 맞춰 아주 쉽게 쓴 입문용 영어 그림책입니다. 옥스퍼드 리딩 트리(Oxford reading tree)'나 아이 캔 리드(I can read)' '스텝인투 리딩(Step into Reading)'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글의 의미를 설명하는 이미지가 풍부하다면 어떤 그림책이든 좋습니다. 책보다 중요한 건 아이가 소리 내 문장을 읽는 경험입니다. 진정한 읽기 독립은 줄글을 소리 없이 읽는 묵독 단계에 접어들어야 시작됩니다. 파닉스를 떼었다고 저절로 묵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전에 상당 기간 소리 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소리 내 읽기 연습 방법

1단계 : 영어의 느낌을 살려서 읽기

글자를 갓 배운 아이는 손가락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짚으며 글을 읽습니다. 귀로 들리는 글자의 '소리'와 눈으로 보이는 '문자'를 매칭하면서 머릿속에 읽기 회로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종이책이 중요한 건 그래서입니다. 영상의 자막은 속으로 짚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읽기 능력을 발달 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더듬더듬 한 단어씩 글자의 소리와 의미를 연결해 뇌에서 읽기를 자동화 시키는 시기에 강세와 높낮이를 살려 읽는 연습을 하면 영어 읽기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첫걸음은 문장 부호의 느낌을 살려서 읽어 봅니다. 먼저 아이가 술술 잘 읽을 수 있는 알파벳과 숫자를 이용해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의 느낌을 살려서 읽기 연습을 해 봅니다. 

 

아래의 이미지를 보며 문장부호에 따라 각각 질문하고, 강조하고, 끝이 난 듯한 뉘앙스를 살려서 읽어 보도록 합니다.

 

다음으로 주어+동사로 이뤄진 문장을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의 느낌을 살려서 읽어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단어마다 강세를 주어 읽는 연습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어떤 단어를 강조해 읽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파란 글씨로 쓰인 단어를 강하게 올려 읽어 보게 합니다.

이 때 강세를 주어 읽는 단어의 의미를 몸으로 표현하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I love apples'에서 'I'를 강조할 때는 손으로 자신을 가르키거나, 어깨를 감싸안고 두드려 봅니다. 'love'를 강조할 때는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고, 'apples'를 강조할 때는 사과 그림을 가르키며 단어의 의미를 몸짓으로 전달합니다.

 

2단계 덩어리째 끊어 읽기

이번에는 영어 문장을 덩어리로 끊어 읽는 연습을 해보도록 합니다. 글밥이 적은 그림책은 손가락으로 단어를 하나하나 짚으며 읽을 수 있지만 글밥이 많은 그림책은 그렇게 읽기 힘들수 있습니다. 의미 덩어리로 끊어 읽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 뇌는 뭔가를 읽을 때 덩어리로 정보를 인식합니다. 문장을 읽을 때 'Once upon a time'을 덩어리로 처리하는 것이 단어를 하나씩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의미 덩어리를 많이 알수록 더 빨리, 더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덩어리째 끊어 읽기를 연습할 때는 '자주 쓰이는 영어 구 리스트(Fry's instant phrase list)'를 활용해 보도록 합니다.

 

https://www.kirtlandschools.org/Downloads/Sight%20Word%20Phrases%20for%20Practice.pdf

 

원어민이 자주 쓰는 600개의 구가 1세트당 100개씩 정리돼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검색해 따라 읽는 영상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그냥 따라 읽으면 재미가 없으니 이 구절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게임을 하도록 합니다.

아래와 같이 게임판 안에 구절을 써넣고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의 칸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 읽고 지워보도록 합니다. 아이가 둘 이상일땐 한 아이는 홀수가 나올 때 어구를 하나씩 읽고 지우고, 또 다른 아이는 짝수가 나오면 어구를 하나씩 읽고 지우는 식으로 해 보면 좋습니다.

 

그림책 읽는 방법

아이와 읽기 능력을 향상 시키고 싶다면 짝읽기(Paired reading)를 추천합니다. 아이와 양육자가 함께 그림책을 소리 내 읽는 활동입니다.

① 아이가 직접 읽고 싶은 그림책을 고르게 합니다.

② 편안한 장소에 아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펼칩니다.

③ 만약 그림책의 지문이 전에 읽은 책과 이어진다면, 짝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전에 읽은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복기합니다. 

④ 아이와 함께 읽기를 시작합니다. 읽는 속도는 아이에 맟춥니다. 아이가 평소에 읽는 속도보다 약간 빠른 것이 좋습니다. 분명하고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읽습니다.

⑤ 아이가 읽고 있는 지문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따라오게 합니다.

⑥ 읽다가 실수를 하거나, 특정 단어에서 멈칫한다면 기다려 줍니다. 아이 스스로 잘못 읽은 것을 교정하는지 봅니다. 만약 혼자서 교정을 하지 못하면 그때 양육자가 단어를 먼저 읽고 따라 읽게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실수했던 단어만 모아 다시 한번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⑦ 아이가 혼자 책을 읽고 싶은 순간에 양육자에게 신호를 보내게 합니다. 손가락으로 책을 툭특 두드리거나 하는 식으로 약속을 정합니다. 아이가 신호를 보내면 양육자는 읽기를 멈추거나, 아이가 읽는 부분을 작은 소리로 따라 읽습니다.

 

짝읽기는 최소 일주일에 5회, 한번에 10~20분씩 6주 연속으로 해야 유의미한 변화가 보입니다. 1시간씩 주2회 짝읽기를 하는 것보다 15분씩 매일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이와 그림책을 읽을 때는 단어 하나 하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똑같은 그림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의미를 깨우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 볼때는 한국어로 의미를 알려줍니다.

 

간혹 영어 지문 아래에 한국어 발음을 적어두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만은 절대 하면 안됩니다. 소리 내 읽는 연습은 영어의 소리와 문자를 연결해서 머릿속에 읽기 스키마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한글로 쓰인 발음을 보고 읽으면 한국어 읽기가 될 뿐입니다. 

 

짝읽기를 마친 후 기록을 하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날마다 성장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동기 부여가 됩니다. 기록하는 법은 수첩에 같은 칸을 나누어 책을 읽는 데 소요된 시간, 같이 읽는 사람, 책 제목, 읽은 페이지, 양육자의 코멘트를 적어 놓습니다.

 

 

짝 읽기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코멘트입니다. 반드시 칭찬해야 합니다. 아이의 영어 읽기를 성공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작은 성공을 쌓아 올라가는 뿌듯함을 매일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읽기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 제프 맥의 'Good news Bad news'

 

이 그림책에 나오는 문장은 'Good news'와 'Bad news' 뿐입니다. 대신 그림이 좋은 상황과 나쁜 상황을 설명해 줍니다. 예를 들어 토끼가 소풍 도식락을 싸왔는데(good news) 갑자기 비가 오는 상황(bad news)을 그림으로 보여 줍니다.

글은 단순하지만 그림 속 상황을 보고 감정을 살려 읽기 좋습니다. good news는 밝고 기쁜 목소리로, bad news는 우울하고 슬픈 목소리로 읽어 봅니다.

이야기 중간에서 번개가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의성어 'Kaboom!'을 곁들여 읽어주면 좋습니다. 천둥이 치다가 번개가 번쩍하고 미추는데 'Rumble, rumble'하다가 'kaboom!'하고 표현하면 됩니다.

읽기가 끝나면 good news와 bad news를 쓴 카드를 준비해서 놀이로 응용해 봅니다. 좋은 상황을 말할 땐 good news카드를 붙이고 나쁜 상황을 말할 땐 bad news카드를 붙여 봅니다. 아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카드를 활용하면 재미있는 액티비티가 될 수 있습니다.

 

  • 에밀리 그라벳의 'Monkey and me

 

손가락으로 한 단어씩 짚으며 읽기 좋은 책입니다. 같은 형식의 문장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monkey and me'라는 구문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문자를 그림처럼 식별하는 파닉스 초기 단계의 아이들도 충분히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숫자를 영어로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여러 동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동물 그림을 보고 한 마리씩 짚으면서 수를 세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크리스 호튼의 Shh! we have a plan

 

'we have a plan'과 'ready one, ready twe, ready three'라는 문장이 반복되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유투브에서 검색하면 원어민 어린이가 책을 읽는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살려서 읽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에릭 리트원의 pete the cat : I love my white shoes

 

양육자와 짝읽기를 할 때 활용하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고양이가 신고 나간 흰 신발에 여러가지 색깔로 물드는 내용입니다. 유트브에 책 제목을 검색하면 음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책을 따라 읽어도 좋습니다. 신발에 물든 색깔만 바뀔 뿐 같은 구조의 문장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영어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도 자심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습니다.

 

  • 마이클 로젠의 'we're going on a near hunt'

 

이 그림책도 짝읽기를 하기에 좋습다. 특히 'Splash' 'Squelch'같은 의성어가 많이 나와 재미있습니다. 의성어가 나올 때 손동작을 하면서 느낌을 살려 읽으면 더 효과적입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한 가족인데 표지를 얼핏 보면 엄마, 아빠와 두 아이가 등장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어린이들입니다. 형과 누나, 어린동생들이 모여 용감하게 곰 사냥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기 전 어린이들의 모험 이야기라는 걸 알려주면 아이가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

매일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은 아이와 유대를 쌓는 좋은 기회입니다. 아이는 이 시간을 통해 읽기를 좋아하게 되고 지루하고 어려운 일도 능히 해내는 힘도 기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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